
한민규 기자 |
5월1일
01시에 목포에서 출발하는 배는 다섯시간을 달려 새벽 6시에 제주에 도착한다. 배는 사람과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인데, 예약하기 어려워,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를 탈 수밖에 없었다. 이코노미실은 20인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20명이 다리 뻗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앉아서 가야하는 자리였다. 이점 참고하시길.
배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카페 의자 2개 붙여서 다리 올리고 졸다보니 제주에 다 왔다. 100여대의 자전거가 제일 먼저 배에서 내린다. 그 뒤에 차를 빼야해서 자전거는 빠르게 항구를 벗어나야한다. 항구에서 떨어진 곳에 서서 첫 번째 코스인 용두암인증센터를 검색하고 출발했다. 새벽 바람이 상쾌하게 뺨에 와닿는다. 용두암에는 일출이 떠오르며 퍼지는 붉은 새벽빛이 아름답다.
첫 번째 인증센터여서인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용두암을 지나 해변을 바라보는 편의 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첫 식사를 편의점에서 시작해서인지 편의점을 계속 이용하게 된다.
두 번째 인증센터가 있는 다락쉼터로 달린다. 바람이 세차지고 있다. 제주공항을 끼고 돌아 바닷가가 나오는 해안길을 달리니 파란 하늘과 에매랄드빛 바다, 그리고 무지개색 자전거길 구분 말뚝이 인상적이다. 이래서 제주 자전거길을 타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해거름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하늘이 저 멀리서 어두운 기운을 몰고 오는 듯 하더니, 우둑 우두득 비가 내린다. 한림에서 비를 쫄딱 맞고 가까운 분식집에서 충무김밥을 먹으며, 오늘은 더 이상 못가겠다고 판단했다. 컨디션이 너무 않좋았다. 카페에서 주변 숙소를 검색했다. 이번 여정은 당초 하루에 얼마큼씩 달리고 언제 올라와야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냥 마음 가는데로 여유롭게 제주환상자전거길을 종주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수원에서 목포 내려가는 버스와 목포에서 제주오는 배편만 예약한 상태였다.
숙소가 없다. 휴대전화로 아무리 찾아도 숙소가 잡히지 않았다. 이번 5월 연휴에 사람들이 제주여행을 많이 온 모양이다. 창밖에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는데, 비 맞은 몸을 쉴 곳이 없다. 난감했지만 한참을 찾아 겨우 한곳에 방이 있어서 서둘러 예약했다. 온몸이 젖어 있는 상태라서 빨리 쉬고 싶었다. 체크인까지 두시간이나 남았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과 따듯한 레몬차를 마시며 혹시나 해서 제주에서 목포가는 배편을 알아보니 5월4일부터 6일까지 모두 매진이다. 남아있는 자리는 고가의 29만원 이상의 자리만 있다. 뒷목이 뻣뻣해진다.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예약한 내용이 없단다. 비를 또 쫄딱 맞고 갔는데 방이 없다니 화가 났다. 내가 예약한 플렛폼만 실시간 예약 확인이 안돼서 그렇다고 했다. 그럼 난 어디서 자는가.
속소 사장과 실갱이 끝에 그가 인근 숙박업소에 전화를 한참 돌리고 나서야 한곳에 방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곳에 묵기로 했다. 지나온 길을 다시 3km를 돌아가서 숙소에 묵을 수 있었다.
온 몸이 빗물에 젖어 생쥐꼴이다. 일단 젖은 옷을 벗어 욕실에서 빨아 널고 배낭에 있는 옷과 젖은 물건들을 숙소 바닥에 널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어두워 졌다. 신발까지 홀딱 젖어 실내화를 신고 멀리가서 식사를 할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돌아갈 배편과 다음 날 숙소가 마음에 걸렸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안주거리를 사서 숙소에서 소맥 몇잔을 하니 잠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