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환장하는 제주도 환상자전거길 종주 - 3

  • 등록 2025.05.19 09: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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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km를 달리다
해거름마을, 송악산, 법환바당, 쇠소깍, 표선해변, 성산일출봉

한민규 기자 |

5월 2일

아침 일찍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신발을 드라이기로 말리니 신을만 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세차지 않다. 어제 비가 와서 40km 밖에 못 달려서 오늘은 긴 거리를 달려야한다.

 

해거름마을을 지나 송악산 인증센터로 간다. 내 앞에 아빠, 엄마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딸 2명이 자전거를 타고 간다. 한 가족이 제주도환상자전거길을 종주하러 온 모양이다. 부모와 함께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이 예쁘다. 그리고 가족 모두 자전거를 잘 타서 내가 그들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맨앞에 엄마가 가고 그뒤에 3명의 가족이 뒤따랐는데, 갑자기 자전거 3대가 엉키며 넘어졌다. 자전거를 세우고 그들을 일으켜줬다. 딸래미 1명의 무릎이 까졌다. 여럿이 함께 자전거를 타다 한눈 팔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 사고로 이어진다. 언제나 안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게 자전거타기이다.

 

송악산 인증센터에서 만둣국을 먹었다. 제주에 와서 김밥과 컵라면이 아닌 처음 먹는 식당밥이다. 사장님이 친절하게 서비스로 밥도 주고 해서 잘 먹었다. 가격은 1만3천원.

 

송악산인증센터에서 법환바당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도 있고 중문관광단지도 지나는 길이다. 법환바당에 도착했다. 어젯밤에 5월 4일, 제주에서 목포로 가는 배를 예약하긴 했는데, 가격이 29만원대이다. 다른 객실은 모두 만석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비싼 가격이 계속 마음에 남았었다. 오늘 숙소도 잡아야 해서 카페에서 차분히 정리해본다. 목포로 가는 내일, 5월 3일 배편은 자리가 많다. 5월 4, 5, 6일 출발하는 배편은 모두 만석이고 남은 자리는 고가의 티켓밖에 없었다. 내일 목포가는 배를 타려면 어제 못달려서 오늘과 내일 200km를 달려야 한다. 내일은 오후에 배를 타야하기 때문에 오전밖에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제주도환상자전거길 완주를 위해선 오늘 최대한 긴 거리를 달려야한다. 오늘 성산일출봉까지 가면, 남는거리는 60km. 내일 오전에 이 정도 거리는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 자전거 타는 거리는 총 140km를 가야한다.

헐~~한번도 타보지 못한 거리다.

 

내일 목포가는 배를 예약했다. 20인실 침대칸이라 금액이 6만 9천원이다. 그리고 성산일출봉 인근에 오늘 잘 숙소를 잡았다. 비용은 4만5천원.

그래 달려보자, 밤까지 가면 도착하겠지!

 

쇠소깍에 도착했다. 38년전 뜨거운 열정의 시절, 친구들과 무작정 비둘기호 타고 부산가서 제주에 온 적이 있었다. 제주에는 그때 해군 하사관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있어 겸사겸사 다녀갔었다. 그리고 10여년전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섯 친구가 다시 제주에 왔었다. 올레길을 걷고 한치 구워주는 집에서 소주도 한잔하고 쇠소깍까지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쇠소깍의 물을 푸르른데 다섯 친구 중 하나는 작년에 생을 달리했으니 사는 게 무상하다.

 

쇠소깍에서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여행객들이 많아서 그냥 지나치며, 앞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 식당에서 무조건 밥을 먹기로 마음먹었다. 근데, 식당이 나오질 않는다. 표선해변에 도착하니 저녁 6시가 훌쩍 넘었다. 아직 점심을 못먹었다. 늦었지만 보말죽칼국수를 먹었다. 맛있다. 깨끗이 비우고 사장님에게 맛있게 잘먹었다고 덕담을 하니 자기네 집 대표메뉴라며 몹시 기뻐라 하는 얼굴이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원래 맛있는 집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이제 성산일출봉까지 22km만 자전거를 타면 오늘의 일정은 끝이다. 얼마 전부터 엉덩이가 아파오고 허벅지근육이 뭉치는 느낌이라 엉덩이도 자주 들고 페달도 살살 밟는다. 성산엔 벌써 어둠이 또아리를 틀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성산에서 일출을 보는게 아니라 어둠과 불빛에 둘러싸인 일출봉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호텔이다. 어제 묵은 숙소보다 크고 사람도 많았다. 이곳에는 빨래방이 있어 빨래와 건조를 할 수 있었다. 어제 빤 옷들이 마르지 않아 냄새가 나서 다시 빨아야 했고, 오늘 입었던 옷도 함께 빨고 건조했다. 여장을 풀고 씻고 빨래를 하니 어영부영 시간은 밤 10시에 가 있었다. 젠장, 오늘도 편의점 음식으로 저녁을 먹어야했다. 맥주 한캔에 골아 떨어졌다.

 

한민규 기자 newsongg@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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