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규 기자 |
지난 2025년 12월 11일(목) 오후 5시 오산 꿈두레도서관 제2강의실에서 박수봉 시인의 시집 출판기념식 및 시 콘서트 『밤의 커튼을 열다』가 있었다. 지난 봄부터 꿈두레도서관에서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 [박수봉 시창작교실] 강의가 있었는데 이날이 마지막 종강식이 있는 날이었다.
시 창작교실 종강식 겸 시집 출판기념식과 시 콘서트를 함께 갖게 된 것이다. 이날 행사는 토크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윤민희 시인이 사회를 맡아 작가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먼저 식전 행사로 사회를 본 윤민희 시인의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저자 소개와 박수봉 시인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어 박수봉 시인이 두 번째로 내는 시집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시인은 첫 번째 시집 『편안한 잠』 이후 7년만 두 번째 시집을 내는 소회를 “시대의 슬픔과 절망에 대한 위로와 아픔에 대한 통찰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겨울에 쇠죽을 쑬 때 따뜻하게 배어 나오는 온기와 아궁이 속에서 익어가는 고구마 냄새를 맡듯 정감 있는 풍경을 늘 그려본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작가에게 시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한 물음에 “살면서 마음에 간직한 것들에 대해 할 말이 많아 글을 쓰고자 했다”며, “시를 쓰기 위한 노력으로 하루에 적어도 50편의 시를 읽고 있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시인은 문태준, 신경림, 정희성 시인이며, 작품으로는 「농무」, 「파장」 등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다.
시집 제목을 『밤의 커튼을 열다』로 정하게 된 것은 “밤이 상징하는 어둠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밝히고자” 하는 작가의 작은 바램을 담았다고 했다.
『밤의 커튼을 열다』 작품집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모두 애착이 가지만 그 중 「댕댕이 소쿠리」와 「약리도」라고 소개하며, 오산천을 걷다 보면 냇가에서 뛰어오르는 잉어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빈곤한 계층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시집은 3부로 나누는데 1부에서는 현실의 문제점과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을 나타내고자 했고, 2부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약자와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으며, 3부에서는 가족과 그들의 삶의 애환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앞으로 작품활동에 대한 계획에 대한 질문에 작가는 죽을 때까지 시의 원고를 놓지 않을 것이라며, 정진규 시인이 타계하기 전까지 보인 원고를 놓지 못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시를 쓰고자 할 때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며, 사물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고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파했다.
토크 형식을 통한 콘서트는 약 90분간 이어졌는데 언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진지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끝으로 작가의 작품을 낭송하는 시간을 갖고 시집 사인회와 단체 사진을 찍고 마쳤다.
한편, 박수봉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실천문학사> 317번째 작품집으로 발간되었는데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는 해설에서 “박수봉의 시집 『밤의 커튼을 열다』는 허공 속에 펼쳐진 어둠을 ‘몸의 기억’으로 투사시키면서 생겨난다. 그러면서 몸의 기억을 세계로 작동하는 사유로 가능케 하며 “허공의 둥지에 울음을 풀고 있”는 근원적 존재의 소리를 듣게 한다. 그것은 시인의 재현물로 “온 세상을 허공에 걸고” ‘푸른 줄기로’ 세계라는 “폭염에 달구어진 난간을 / 온몸으로 끌어안고” 오르면서 “까마득한 허공에서 길을” 찾아온 문학적 소산이다. 여기서 우리는 삶이 “저렇게도 온 생이 파들거리는 일인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시인의 생애에서 몸의 기억은 언제나 자신의 몸이 거주하는 세계에 정박하여 시적 도식과 연결하는 존재론적 사유다.”라고 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