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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최충문학상 시상식 개최, 일반부 대상에 나동하의 시 「고라니」 선정

한민규 기자 |

사단법인 최충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오산지부이하 오산문인협회)가 주관하며, 오산시가 후원한 제8회 최충문학상 전국공모전 시상식이 7월 12일 꿈두레도서관 다목적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시상식은 윤민희 시인의 재치 있고 품격 있는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상자들을 비롯해 해주최씨 대종회 최동석 회장, 오산문인협회 박효찬 회장, 심사위원 최운선 문학박사,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시화협회 추진위원장 등 여러 내빈과 오산문인협회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하였다.

 

오산시에는 고려 시대 문하시중(현 국무총리)에 오른 교육자이자 해동공자로 불리는 문헌공 최충 선생의 동상과 기념공원(문헌공원)이 있다. 최충 선생은 고려의 재상으로서 훌륭한 학문과 덕행을 갖춘 인물이다. 오산문인협회는 오랫동안 문화적 자원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딛고, 2018년 사단법인 해동공자 최충선생기념사업회와 함께 최충문학상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최충 선생의 유훈이자 '계이자시(戒二子詩)'에 담긴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의 정신을 인성교육의 토대로 삼고, 청소년과 일반인들에게 오산시와 최충 선생의 정신을 널리 알리며 정서 함양과 문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최충문학상은 전국 단위 공모전으로, 2,000편이 넘는 작품이 응모되어 그 어느 해 보다도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시상은 총 19명에게 수여되었으며, 초등부 5명, 중·고등부 6명, 일반부 8명이 수상했다.

 

영예의 초등부 대상은 구리 토평초 2학년 김가빈 학생의 「글씨 속에 숨은 마음」, 중·고등부 대상은 거제 연초중 3학년 장자영 학생의 「천년을 심다」, 일반부 대상은 경북 칠곡군에 거주하는 나동하 씨의 시 「고라니」가 각각 수상하였다.

 

심사위원장 문광영 문학평론가(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는 심사 총평에서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고르게 높았으나, 유독 두드러지는 작품은 드물었다”며 “그중에서도 나동하의 시 「고라니」는 고라니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신하고 인상 깊었으며, 독창적인 해석과 감각이 돋보여 대상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제8회 최충문학상 일반부 대상 작품

 

[고라니]

 

경북 칠곡군 석적읍/ 나 동 하

 

강변에 나갈 때마다 녀석은

달아나는 모습만 슬쩍,

보여준다

공격은 고사하고 방어는커녕

달아나기만으로도 버거운 녀석

도망을 유일한 무기로 살아온 일생이

또다시 도망치고 있다

강물을 따라가며 허공에 자잘한 포물선을 몇 번 그려 보이더니

돌무더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저 순수 식물성 도약력은 모르긴 해도

평생을 뜯어먹은 풀의 탄력에서 왔을 것이다

바람에 휠 때마다 탱탱함을 더해가는 풀들

탄력이 쌓일 대로 쌓인 몸은 웬만한 바람들보다

수십 배 더 가볍고 날렵하다

 

먹는 일보다 주변을 경계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듯

틈만 나면 귀를 세우고 바람 속을 듣고 또 듣는 녀석들

강변에 즐비하던 자전거, 개 산책, 파크 골프, 불법 캠핑과 낚시

모두 자기네 집으로 돌아가고 없는 한밤중에도

여차하면 달아날 태세부터 갖추는 녀석들

 

대대로 물려받은 두근두근 두려움 하나로

세상의 소리들 하나하나

빠짐없이 의심하면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느슨해지는 경계심

수시로 바짝 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