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규 기자 |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디지털자산TF를 구성하며 건전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11일(토) 새벽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달러가격에 연동되어야 할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의 가격이 338%(5,755원)까지 폭등하여, 이용자들 대여 자산에 연쇄적인 강제 청산(현물 청산)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김현정 의원은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협회(DAXA)의 자율규약을 무시하고 고위험 랜딩서비스를 지속한 빗썸의 무책임한 경영행태와 이를 방치한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빚어낸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번 빗썸 사태는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조차도 특정 거래소의 시스템 리스크와 당국의 관리 부재에 따라 이용자들이 얼마나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김현정 의원실은 국정감사에서 이익에만 눈먼 거래소의 무책임한 시스템 거버넌스 실태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계획이다.
▲ 외부 충격 취약한 빗썸의 레버리지 상품 설계와 시스템 결함이 원인
11일(토) 오전 코인 시장을 휩쓴 변동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관세 부과 발표로 인한 시세 폭락이 자산의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지는 USDT(테더)에 대한 매수 수요를 폭증시킨 것에서 발단이 되었다.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 양상을 보이자, 많은 이용자들이 자신이 보유 중인 자산을 처분하고 가치가 안정된 스테이블코인(USDT)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업비트, 코빗 등 타 거래소에서 USDT 가격이 1,700원 미만을 유지한 것과 달리, 빗썸에서는 5,755원까지 폭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이날 빗썸의 USTD(테더) 가격 폭등은 해당 거래소가 출시한 USTD 대여(랜딩 플러스) 상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랜딩플러스’는 2025년 6월에 도입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빗썸의 대표적 레버리지 고위험 상품으로 자리잡았는데, 사고 발생일(10월 11일) 기준 대여 금액이 1,230억 원을 넘어 BTC(비트코인), XRP(리플) 등 다른 주요 코인을 압도하며 전체 랜딩 금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빗썸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및 협회(DAXA)의 자율협약 위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독자적으로 운영한 레버리지 고위험 상품이다.
빗썸 측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랜딩플러스’는 상품 출시 두 달 만인, 2025년 8월 기준 6억 개가 넘는 누적 USDT 대여 물량을 기록했는데, 이 막대한 물량이 청산 임계값에 도달하며 발생한 강제 매수 주문이 시세 폭등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유동성이 부족한 새벽 시장에서 글로벌 대표 스테이블 코인인 USDT(테더) 가격을 1,700원에서 5,755원으로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청산 스파이럴'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빗썸 USDT 대여 서비스의 핵심적 문제는 USDT(테더)가 가격 변동성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안전성이 붕괴하는 디페깅(가치안정성 상실) 현상이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랜딩플러스’ 상품 이용자(차입자)들 담보 자산(원화)의 상대적 가치를 떨어뜨려 차입자에게 청산을 유발한다.
USDT에 대한 매수 수요가 폭증하는 시장 상황에서, 랜딩 서비스 이용자들의 담보 부족이 발생하자 자동청산 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빗썸의 자체 시스템이 청산을 유발하여 가격을 끌어올리고, 급등한 가격이 다시 더 많은 청산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연쇄 반응(유동성 데스 스파이럴)을 일으켜 빗썸에서 거래되는 USDT(테더) 가격은 당시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던 글로벌 시세와 무관하게 5,755원까지 폭등했다. 이로 인해 서비스 이용자들 상당수는 담보가 과도하게 소진되는 현금 청산이 발생하고 동 시간대 폭등한 가격으로 USDT를 매수한 피해자들도 상당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드러난 당국의 직무유기와 거래소의 무책임한 경영 실태
이번 사태는 개별 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대한 관리 감독 및 기술적 실패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우선, 빗썸은 금융당국의 지침이나 자율협약을 무시하고 임의로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USDT 랜딩 서비스)을 도입했다. 빗썸측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USDT 랜딩 서비스는 도입 한 달 후인 2025년 7월, 이미 836억 5천만 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청산규모를 보이며 시스템적 취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이를 알면서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생태계에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 올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
또한, 빗썸은 시세 급등락 시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주요 거래소 시세 참고’ 등 안전장치를 고객에게 공지했으나, 가격이 338% 폭등하는 순간 해당 장치는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이 거래소의 시스템 안정성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가 고객과의 약속을 담보하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서비스 이용자들은 시스템 오작동으로 발생한 5,750원을 빗썸 고객센터는 “정상 거래”로 선언하고, 심지어 1.00%의 위험 관리 수수료까지 징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 민원이 11일부터 의원실로 접수되고 의원실이 해당 거래소에 사실확인을 요구하자 해당 거래소는 사태 발생 이틀만인 13일(월) 밤 뒤늦게 USTD(테더) 시세 급등으로 인한 피해 관련 지원과 피해사례 접수를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