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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뮤지컬 - <나, 동수> 공연

20일 장애인극단 녹두, 제13회 앵콜정기공연
1984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휠체어 장애인 고 김순석의 실화가 모티브
작은 턱하나 넘기 힘든 장애인에 대한 차별 고발

한민규 기자 |

20일 장애인극단 <녹두>의 제13회 앵콜 정기공연 <세미뮤지컬 나, 동수>가 오산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세미뮤지컬 나, 동수>는 강경남 기획/원작, 송현창 연출이다.

 

<세미뮤지컬 나, 동수>는 1984년 서울시장에게 편지한통을 보내고 생을 마감한 휠체어장애인 김순석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김순석은 편지에서 "...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시장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물 한 모금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또 우리는 왜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는 행인의 허리춤을 붙잡고 도움을 호소해야만 합니까……택시를 잡으려고 온종일을 발버둥 치다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만 눈에 들어오면 그냥 지나치고 마는 빈 택시들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저렸습니다...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 놓았습니다"라고 호소하며 삶의 끈을 놓았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외침이 유효하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40년 이면 강산이 4번 변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고 전세계 10위 정도의 순위에 드나드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되었는데, 아직도 우리사회는 장애인에게 불친절하고 불평등하다. 

 

 

극은 시골에서 서울 올라와 열심히 돈벌려고 노력하는 동수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작은 턱하나 넘기 힘들어 밥먹고, 버스타고, 택시타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통받는 장애인의 삶을 조명한다.

 

고향에서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서울에 올라와 성공해서 금의환향의 꿈을 꾸는 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똑같다. 그렇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가혹해 좌절하고 분노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동수의 모습을 그린다.

침울하고 무거운 주제을 밝고 경쾌한 노래로 자칫 신파로 흐를 이야기를 뮤지컬로 승화시켰다. 

 

장애인들이 출연하여 대사전달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율동과 동선을 맞추는게 어려운 작업이지만 어색하지 않아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힘들게 연습하고서 단 1회 공연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지막 피날레 곡이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다. 이제 장애인이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존재로서 우리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라고 웅변하는 것이 아닐까.

 

1984년과 2024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져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더 치열하고 절실한 것인가 <나, 동수>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